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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금융기관 보안망
2009 .04 .01

5603

신분 확인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출금 보험금 지급
경찰, 신분증 위조해 보안카드 발급받은 일당 검거

#지난해 6월 보일러 대리점을 운영하는 강 모(51)씨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누군가 자신의 증권계좌를 담보로 3억8000만원을 대출 받았기 때문이다. 증권회사가 대출금을 하루만에 지급해주지 않자 사업을 위해 돈이 급하게 필요하니 빨리 보내라며 독촉전화까지 했다는 내용을 전해들었다.
강씨는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데 본인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출을 해줬냐며 증권회사에 따져 물었다. 증권회사는 순순히 대출 채무를 변제해주겠다고 해 이번 사건은 일단락됐다. 강씨는 범인들이 자신의 증권계좌정보를 알아낸 것과 아무런 제지 없이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의아했지만 금전적으로 피해를 본 것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대형스크린 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이 모(53)씨는 우편으로 날아온 보험계약 해지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통지서에는 자신이 몇 년간 유지해오고 있던 보험이 해약됐으며 환급금이 지급됐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1억2000만원의 보험금이 자기도 모르는 새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씨는 곧바로 보험사에 연락해 보험사의 과실을 물었고 보험사는 해약돼버린 강씨의 보험을 되살려주는 것으로 처리를 해줬다.
경찰은 지난 14일 피해자의 신분증을 위조해 은행에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발급받아 피해자들의 금융정보를 알아내고 대출과 해약을 하는 수법으로 8억원 상당을 편취한 한 모(43)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업을 하는 등 경제력이 있는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신분증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한 신분증을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발급받은 뒤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피해자들의 계좌내역을 확인했다.
피의자들이 위조한 신분증은 금융기관이 쉽게 속아 넘어갈 만큼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위조 신분증에 홀로그램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기관 직원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의자들이 손쉽게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거나 보험 계약을 해약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운전면허증의 경우 적성검사 기간을 확인해 기간 내의 면허증만 인정해주고 있다”며 “범인들이 마음먹고 위조한 것에 대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북경찰서 서성환 경위는 “이번 사건의 경우 신분증 확인 방법 중 가장 기본인 홀로그램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는 “금융기관이 신분증 본인 확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객들이 항의를 하자 원상 복구하는 방식으로 보상 처리를 해준 것은 자신들의 과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외에도 6~7건의 유사한 사건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자신의 과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쉬쉬''''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손비 처리를 하거나 손해보험으로 보상을 받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입지 않는다. 이러한 보상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범죄인데도 금융기관들이 신분증 확인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예방이 힘들다고 경찰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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