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에서 오가는 대화도 학교생활이나 게임, 대학진로 문제 등 영락없는 10대 청소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주민증 앞자리는 모두 86, 87년생. 술을 마실 수 있는 성년이지만이 주민증은 모두 정교하게 변조된 것이다.

주민증 코팅지를 벗겨 낸 뒤, 생년 앞자리 숫자를 칼로 밀어내고, 시중 문구점에서 파는 2천원짜리 스티커를 붙여 감쪽같은 변조 주민증을 만든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봐도 기존 숫자의 글자체와 크기, 색상까지 똑같아 변조된 것을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문제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이런 수법이 광범하게 퍼져 있다는 점.

고등학교 2학년 한모군은 "학교마다 주민증 변조 잘하는 소문난 기술자들이 있는데 30분 정도면 술집에 드나들 수 있는 감쪽같은 가짜 주민증을 만들어 준다"며 "담배나 술을 가끔하는 고등학생들은 거의 다 주민증 변조하고 있고, 우리반의 경우 3분의 2 정도가 가짜 주민증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민증 변조에 실패하면 아예 가짜 대학교 학생증을 만들기도 한다.

10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소문난 업자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내고, 3만원을 입금하면, 가짜 학생증을 택배로 받아 볼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김 모 양은 "주민증에 숫자 붙이다가 얼룩이 남는 등 변조시킨 흔적이 많이 드러날 경우나 아직 주민증을 만들 수 없는 아이들은 가짜 대학생증을 만든다"면서 "가짜 학생증 만드는 업자들이 카페같은데 1:1 쪽지로 접근해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행자부가 홀로그램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바꾼 주민등록증이지만, 10대 청소년들의 손장난으로도 쉽게 변조가 가능해 '탈선 카드'로 이용되고 있다.